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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비만치료와 몸매관리의 혼동
관리자
2006-09-16
1853
<포럼>비만치료와 몸매관리의 혼동

클리닉네오 2004-05-10



<포럼>비만치료와 몸매관리의 혼동

[문화일보 2004-04-24 11:19]

완연한 봄이다. 노출의 계절이 다가옴에 따라 사람들 발길이 잦 아지는 곳이 있다. 바로 비만클리닉이다. 겨우내 움츠려 지내다 보니 어느새 아랫배, 허리, 팔 윗부분에 살이 붙었다. 옷 맵시가 나지 않는 건 물론 노출 부위에 접힌 살을 보니 거울 보기가 겁 난다. 마음이 급해져 빨리 ‘군살’을 빼야 하니 ‘부분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용하다고 소문난 비만클리닉을 찾아다녀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살을 빼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가위 천문학 적 숫자다. 필자가 비만클리닉을 시작했던 90년대 초만 해도 비 만이 질병이라는 개념이 없었음은 물론 살을 빼러 병의원을 찾는 것조차 특별하게 느껴지던 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비만은 온 국 민의 관심사가 되었고 폭발적인 수요에 발맞추어 비만클리닉은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만을 이미 질병으로 규정하고 비만 퇴치를 위해 정 부와 의료 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단위인구당 비만전문 클리닉(한방을 포함하여)으로 따진다면 세계에서 수위 에 있을 우리나라의 비만인구 증가율은 선진국보다 오히려 더 높 다. 왜일까? 아직까지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되는 비만’ 환자들보다 ‘몸매 관리’를 원하는 사람들이 비만클리닉을 훨씬 더 많이 찾기 때문 이다. 비만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라는 인식이 제 대로 확산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삶의 질을 추구하는 웰빙 시대 가 되면서 몸매관리도 체계적 과학적으로 받겠다는 당연한 요구 의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다보니 ‘부분비만’이란 표현이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면서 비만클리닉에서 뱃살만 빼고 싶다, 소매없는 옷 을 입고 싶으니 팔 윗부분 살을 빼달라는 구체적(?)인 요구를 해 오는 사람이 흔하다. 필자는 ‘비만 치료’와 ‘몸매관리’를 분 명하게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체내 지방이 너무 많이 쌓 이거나 특히 복부 내장 지방량이 많아지면 당뇨병·심장병으로 이 어져 수명이 단축되고 삶의 질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비만이 여러가지 암을 일으키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져 비만은 체형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치료받아 야 하는 질병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비만하지 않으 면서 몸매를 예쁘게 만들기 위해 아랫배, 허벅지, 팔 윗부분의 ‘군살’을 줄이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과 거리가 있는 몸매관리가 ‘부분비만’이라는 이름으로 시 행됨에 따라 비만을 반드시 치료 받아야 할 질병임을 일반인들에 게 인식시키려는 전문가들의 노력이 희석될 뿐만 아니라 일반인 들에게는 종아리가 조금만 굵어도 자신이 비만 환자라고 생각하 는 등 개념의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없는 ‘몸매관리’에는 의사 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일까? 치료의학, 예방의학 시대를 거쳐 이제 삶의 질 의학 시대에 접어든 요즘 첨단 의술을 미용 분야에 접목하여 제모, 반영구화장, 보톡스 같은 미용의학이 발 달하는 것은 시대적 추세라고 볼 수 있다. ‘군살’도 그동안 비 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지방흡입술 말고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 으나 최근 특수 의료장비나 주사를 이용한 치료 등 여러 방법이 등장함에 따라 병원 문턱이 낮아졌고 잠재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

물론 효능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경쟁적으로 들어오고 있는 미 용의학의 몇몇 시술법들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의사들은 ‘부분 비만’이라는 애매한 표현보다는 ‘국소지방 감량’이나 ‘셀룰 라이트 치료’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비만과 분명히 다른 개 념인 몸매관리를 비만 치료와 혼동케 하지 말아야 한다.

국소지방 감량 역시 병태생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방조직에 대한 기초 지식이 충실해야 할 뿐 아니라 치료에서도 잘못된 생 활 습관을 개선하고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반드시 같이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만치료와 공통되는 부분이 많다. ‘부분비만’ 이라는 애매한 표현 때문에 ‘몸매관리’를 포기하고 병·의원을 찾지 않는 비만 환자들에게는 비만의 심각성을 일깨워 하루빨리 치료를 받도록 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랫배나 허벅지 군살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는 특수장비나 주사만으로 군살을 없앨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 나 잘못된 생활 습관을 바꾸고 규칙적인 운동을 같이하면서 보조 적으로 이런 시술을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