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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칼럼] ‘말라깽이’ 강요하는 사회
관리자
200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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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칼럼] ‘말라깽이’ 강요하는 사회
비정상인 ‘바비 인형’ 체형을 정상으로 포장하는 왜곡 잦아



▲ 서진 강남 네오클리닉원장

“거기 가면 한 달 안에 몇 킬로그램이나 빼주나요?” “원하는 대로 빼주나요?” 상담 전화를 받다 보면 간혹 듣게 되는 질문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감량 정도는 개인의 현재 상태와 특성, 체질에 따라 다르며 일률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고 답해주면 더 이상의 설명을 듣기도 전에 전화를 끊어버리기 일쑤다.

최근 들어서는 마른 체형임에도 불구하고 체중을 줄이겠다고 비만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말랐더라도 특정 부위에 문제가 있는 부분비만인 경우라면 물론 치료대상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문제가 없는데 무작정 치료를 해달라는 환자들을 대하면 난감하기 이를 데 없다.


패션이 여성들에게 과도하게 마른 체형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의사로서 만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는 것에는 손뼉 칠 일이나, 최근 여성들의 과도한 다이어트 열풍에는 적잖이 걱정이 따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중문화나 패션 코드가 여성들로 하여금 말라깽이가 되는 것이 미덕인 양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저체중이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는 표준 정도 체형의 여성 연예인에게 허벅지가 굵다고 놀리거나, 스스로도 자신 없는 부위로 일반 기준으로는 정상적인 부위를 지목하는 등 파급효과 면에서 폐해가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여성들 모두가 ‘바비 인형 콤플렉스’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대한비만체형학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비만 클리닉을 찾는 여성환자 중 마른 체형인 BMI 18.5 이하인 사람이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수단으로 살을 빼는 사람들을 합치면 이 수치는 몇 배 이상 높게 나타날 것이다. 체질량 지수가 이 정도라면 오히려 건강을 위해 마른 것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누구나 패션모델이 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누구나 바비 인형 몸매를 가지려 애쓰는 것은 사회적 낭비이자 집착이다. 정상체형임에도 더 살을 빼고자 하는 여성들이 첫 번째로 내세우는 이유가 ‘예쁜 옷을 마음껏 입기 위해서’이다. 최신 유행의 예쁘고 맘에 드는 옷들은 대부분 표준체형 이하의 사이즈를 주로 구비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마른 체형이 옷맵시를 더 돋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략상 마른 체형의 사람들을 자사의 고객으로 확보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대다수의 여성들에게 정상체형에 대한 왜곡된 기준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 강요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책임 있는 기업이라면 여러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대중매체 또한 이처럼 비정상적인 체형을 강요하는 듯한 유행을 조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서진 강남 네오클리닉 원장

입력 : 2006.04.27 23:4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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